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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디지털 아카데미 4기를 최우수 수료생으로 마쳤다.
과정은 2026년 5월 7일부터 8월 21일까지 이어졌다. 총 72일, 568시간이었다. 금융 데이터 분석과 Python·SQL을 배우고, AI 서비스를 직접 기획하고 만드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나는 디자인에서 출발했다. 화면과 사용자 흐름을 설계하는 데에는 익숙했지만, 금융 데이터와 AI 모델, 백엔드 구조까지 하나의 제품으로 연결하는 일은 아직 낯설었다. 약 3개월 반의 과정은 작은 실습에서 시작해 외부 해커톤, 1차 팀 프로젝트, 2차 프로젝트 팀장 경험으로 이어졌다. 이 글은 수상 소식만 남기기보다, 그 시간 동안 무엇을 만들고 어떤 식으로 일했는지를 정리한 기록이다.
짧게 만들고 끝까지 확인하는 법부터 배웠다
6월 24일부터 25일까지는 냉장고 속 재료로 한 끼를 추천하는 작은 챗봇 MVP를 만들었다. 입력한 식재료로 30분 안에 만들 수 있는 레시피를 찾고, 여러 인분 기준의 재료를 1인분으로 환산해 보여주는 실습이었다.
이틀짜리 프로젝트에서 중요했던 것은 기능을 많이 붙이는 일이 아니었다. 입력 정리, 식재료 판별, 레시피 검색, 조건 필터링, 1인분 환산, 재추천을 나누고 한 번의 추천이 끝까지 통과하게 만드는 일이 먼저였다. AI가 필요한 부분과 일반 코드가 더 적합한 부분도 처음부터 나눠 봤다.
작은 실습이었지만 이후 프로젝트에서도 같은 기준을 가져갔다. 발표 자료에 기능을 많이 적는 것보다, 실제로 작동하는 흐름 하나를 먼저 완성하는 방식이었다.
MiRi에서 금융 AI 아이디어를 외부 무대까지 가져갔다
KDA 과정 중에는 5명이 팀을 이뤄 JB금융그룹 Fin:AI Challenge에 참가했다. 우리가 만든 MiRi는 소상공인의 부실 위험을 문제가 생긴 뒤가 아니라 그 전에 감지하고, 은행이 먼저 개입할 수 있게 돕는 조기경보 AI 에이전트였다.
나는 디자인 시스템을 맡았다. 모델의 위험 점수와 판단 근거, 정책자금 연결이 한 화면에서 같은 중요도로 보이면 사용자가 무엇부터 봐야 하는지 알기 어렵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모델을 화려하게 보여주는 것보다, 은행 담당자가 위험 신호와 다음 행동을 순서대로 읽을 수 있도록 정보 구조를 정리하는 데 집중했다.
온라인 예선 523개 팀 가운데 13개 팀이 본선에 올랐고, 우리 팀은 최우수상을 받았다. 처음 참가한 금융 AI 해커톤에서 아이디어를 실제 모델과 화면으로 연결하고 외부 심사까지 받아본 경험이었다.
KARI-NA에서는 AI 결과를 상담사의 업무로 번역했다
KDA 4기 1차 팀 프로젝트 KARI-NA는 은행 콜센터의 대기시간을 상담 준비시간으로 바꾸려는 제안이었다. 고객이 복잡한 ARS 번호를 누르는 대신 용건을 말하면, 음성과 STT 결과를 분석해 상담 준비카드로 정리하고 적절한 상담 흐름으로 연결하는 MVP였다.
내 역할은 제품 디자인, 프론트엔드, 규정검색 결과의 화면 연결이었다. 고객 전화 화면부터 상담 준비, 상담 중, 후처리까지 기본 흐름을 만들고, 상담사가 통화 전에 무엇을 먼저 확인해야 하는지 정보 순서를 잡았다. AI의 요약만 보여주지 않고 근거 발화, STT 내용, 핵심 키워드와 규정검색 출처를 함께 볼 수 있게 했다.
이 프로젝트에서 가장 많이 고민한 것은 AI 기능의 개수가 아니었다. 모델 결과가 어디에서 왔는지, 상담사가 무엇을 직접 판단해야 하는지, 처리가 실패했을 때 화면이 어떤 상태를 보여줘야 하는지가 더 중요했다. AI 결과를 금융 업무에서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형태로 번역하는 일이 제품 설계의 핵심이라는 걸 배웠다.
마지막 프로젝트에서는 팀장을 맡아 Itemify를 끝까지 만들었다
2차 프로젝트에서는 5인 팀의 팀장을 맡아 Itemify를 만들었다. 영웅문S# 간편모드 안에서 사용자가 일상 제품을 촬영하면 익숙한 브랜드 뒤의 상장기업을 발견하고, 회사 단위 스티커를 모으며 투자 탐색을 시작하는 경험이었다.
56명 설문과 2030세대 4명 인터뷰로 문제를 좁혔다. 처음 투자하는 사람은 볼 기업을 고르는 기준이 없었고, 익숙한 브랜드를 상장기업과 연결하지 못했으며, 투자 공부를 오래 지속하기 어려워했다. 이 세 문제를 촬영, 검증된 기업 연결, 스티커 수집이라는 흐름으로 옮겼다.
나는 문제 정의와 사용자 조사·인터뷰, 백엔드 아키텍처, 스티커 생성 파이프라인, 최종 발표를 맡았다. 조사 자료에 머무르지 않고 사진 인식부터 기업 검증, 스티커 생성, 기존 투자 기능으로의 연결까지 작동하는 제품으로 만들었다.
포트폴리오도 과정 안에서 만들기 시작했다
KDA 강사님이 프로젝트를 블로그에 기록해보라고 권한 것이 계기가 되어 이 사이트를 직접 만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결과물을 보여줄 공간이 필요해서 시작했지만, 글을 쓰면서 프로젝트의 주장과 실제 구현 범위를 다시 대조하게 됐다.
MiRi의 모델 판단과 LLM 설명을 나눈 이유, KARI-NA에서 실제 결과와 데모값을 구분한 이유, Itemify에서 AI가 종목코드를 결정하지 못하게 한 이유도 글로 정리할 때 더 선명해졌다. 포트폴리오는 완성된 결과를 모아놓는 곳이 아니라, 내가 어떤 기준으로 판단했는지 검증하는 작업대가 됐다.
568시간 뒤에 달라진 것
KDA를 시작할 때는 디자인과 개발, 금융과 AI를 서로 다른 영역처럼 봤다. 지금은 한 제품 안에서 함께 다뤄야 하는 문제로 본다.
- 사용자 조사를 기능 아이디어의 장식이 아니라 범위를 줄이는 근거로 사용한다.
- AI가 잘하는 일과 일반 코드·검증 데이터가 맡아야 하는 일을 나눈다.
- 모델 결과만 보여주지 않고 사람이 판단할 근거와 실패 상태를 설계한다.
- 발표용 화면에 그치지 않고 실제로 작동하는 흐름을 만든다.
- 팀의 작업을 계약과 문서로 연결하고 마지막에는 직접 설명할 수 있게 정리한다.
너무 떨려 다 하지 못한 수상 소감
상을 받은 직후 마이크 앞에 섰을 때는 너무 떨려 하고 싶었던 말을 제대로 꺼내지 못했다. 그래서 그때 다 하지 못한 말을 이 글에 남기고 싶다.
568시간을 혼자 완주한 것은 아니었다. 짧은 실습부터 외부 해커톤과 두 번의 팀 프로젝트까지, 함께 만들고 피드백을 주고받은 사람들이 있었기에 끝까지 갈 수 있었다. 최우수라는 결과보다 그 과정에서 함께 배운 시간에 먼저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다.
최우수 수료생 선정은 이 3개월 반의 마지막 결과로 남았다. 하지만 앞으로 더 오래 가져갈 것은 상의 이름보다 이 작업 방식에 가깝다. 금융 서비스를 조사하고, 제품의 경계를 정하고, AI 결과를 사람이 사용할 수 있는 흐름으로 만드는 일을 계속하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