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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Ri에서 내가 가장 크게 맡은 역할은 서비스 기획이었다. UI/UX 디자인만 한 것은 아니다. 전북은행이 지금 어떤 문제를 안고 있는지 찾는 일부터 대체데이터 아이디어, 고객 앱과 직원 콘솔의 화면 흐름과 UI 설계, 최종 발표자료의 구성과 디자인까지 이어서 맡았다.
공식 결과는 JB금융그룹 Fin:AI Challenge 최우수상이었다. 준비하면서는 다른 질문을 더 오래 붙들었다. 전북은행은 왜 이 제품을 원할까. 실제로 구현할 수 있을까. 구현한 뒤에는 직원의 작업시간을 줄이거나 은행의 이익으로 이어질 수 있을까.
아이디어를 내기 전에 전북은행부터 읽었다
기획을 시작하면서 전북은행과 관련된 약 6개월치 뉴스를 찾아 읽었다. 전북은행과 JB금융그룹 홈페이지에 공개된 미래 계획과 AI 관련 자료, 신년사도 함께 살폈다. 지금까지 어떤 AI 기술을 도입했고 앞으로 무엇을 하려는지 확인하려고 했다.
처음부터 “AI로 무엇을 만들까”라고 묻고 싶지는 않았다. 뉴스와 공개 자료에서 반복해서 등장하는 문제를 찾고 전북은행이 이미 가고 있는 방향과 연결하고 싶었다. 이 조사에서 소상공인의 위험 신호를 연체 이후보다 일찍 발견해 은행 직원의 상담으로 이어주는 MiRi의 방향이 나왔다.
기획안에는 화면 흐름만 있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제품이 실제 업무에 들어갔을 때 무엇이 달라지는지도 설명해야 했다. 상담 준비시간이 줄어드는지, 직원이 먼저 살펴볼 고객을 빠르게 찾을 수 있는지, 회사의 비용이나 이익과 연결될 수 있는지를 계속 질문했다. 해커톤 안에서 이 효과를 실제 수치로 검증하지는 못했다. 그렇다고 기획을 판단하는 기준에서 빼고 싶지는 않았다.
28개 피처에 어떤 신호를 넣을지 함께 고민했다
데이터 설계에도 기획 관점에서 참여했다. 28개 피처 전체를 내가 만든 것은 아니다. 내가 주로 고민한 건 배달앱과 상권 같은 대체데이터를 어떤 신호로 읽어야 하는지였다.
배달앱의 평점은 그대로 비교하기 어렵다. 지역마다 평점 수준이 다르고 광고성 리뷰가 많은 곳은 대부분의 점수가 높게 형성될 수 있다. 그래서 한 시점의 절대점수보다 최근 몇 달 동안 평점이 갑자기 떨어졌는지, 리뷰에서 특정한 불만 문구가 반복되는지, 주변 상권의 변화와 함께 보면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살펴보려 했다.
최종 데이터셋에서는 리뷰 원문이나 감성분석 결과를 모델에 직접 넣지 않았다. 개인정보와 재현성 문제를 줄이기 위해 별점 하락폭처럼 숫자로 정리할 수 있는 신호만 남겼다. 기획 단계에서 검토한 후보와 최종 모델에 들어간 신호는 구분해 적어야 한다.
첫 화면을 만들고 계속 합치고 지웠다
초기 프로토타입과 최종 화면은 꽤 다르다. 처음에는 고객 앱과 직원 화면에 필요한 기능을 빠르게 펼쳐놓고 그다음 메뉴를 어디에 둘지, 대시보드를 어떤 순서로 보여줄지, 겹치는 메뉴는 합칠지, 필요 없는 기능은 지울지를 하나씩 정리했다.
고객 앱은 위험점수를 보여주는 화면보다 사장님이 지금 무엇을 확인하고 어떤 지원을 선택할 수 있는지가 먼저 보여야 했다. 직원 콘솔은 분석 결과를 늘어놓는 대시보드보다 오늘 먼저 볼 고객과 상담 상태가 드러나는 업무 화면이어야 했다. 이 기준으로 정보구조와 디자인을 계속 바꿨다.
고객 앱과 직원 콘솔의 화면 흐름과 UI를 직접 설계했다. React 구현에 필요한 요소와 상태 기준을 정리해 프론트엔드 담당자에게 전달했고, 구현된 화면을 함께 다듬었다. 백엔드 연결과 API 구현은 맡지 않았다.
38쪽 발표자료의 전체 흐름을 잡는 일이 가장 큰 고비였다
최종 발표자료는 38쪽이었다. 전체 이야기의 순서와 장표 구성을 설계하고, 장표 디자인을 맡았다. 실제 무대 발표는 다른 팀원이 했다. 구현에 시간이 많이 들 걸 예상해 발표자료를 미리 준비하려 했지만 기획과 화면이 계속 바뀌면서 생각처럼 되지 않았다.
발표자료에는 전북은행의 문제, 타깃 사용자, 모델과 대체데이터, 고객과 직원의 제품 흐름, 기대효과를 한 번에 연결해야 했다. 페르소나도 만들고 화면도 다듬고 장표 디자인도 해야 했다. 정확한 시각은 기억나지 않지만 새벽 3시에서 4시 사이에야 잠들었던 것 같다. 팀 안에서 큰 갈등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단지 내가 동시에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았고 그날이 가장 큰 고비였다.
팸플릿까지 만든 이유
팀은 심사위원에게 전달할 팸플릿도 따로 만들었다. 화면 시연에 더해 실제 영업 현장에서 제품을 소개하는 장면을 보여주려 했다.
심사위원들이 먼저 각 팀의 테이블을 돌며 설명을 들었고 우리는 그 자리에서 팸플릿을 건넸다. 발표 무대에 오르기 전, 제품을 어떻게 소개하고 전달할지도 직접 보여줄 수 있었던 장면이다.
놀이터에서 잠깐 멈춘 시간
본선은 정읍의 JB금융그룹 아우름캠퍼스에서 열렸다. 잠실에서 아침 버스를 타고 출발해 중간에 휴게소를 한 번 들렀다.
전날 저녁을 먹고 팀원들과 밖으로 나갔을 때 캠퍼스 앞 놀이터가 보였다. 우리는 그곳에서 잠깐 쉬면서 이야기를 나눴다. 계속 화면과 발표만 보다가 밖으로 나와 함께 시간을 보낸 장면이 지금도 기억에 남는다. 별일은 없었다. 그래도 당시 현장의 분위기를 떠올리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순간이다.
우리 팀 발표 직전에 정전이 났다
발표 직전에는 예상하지 못한 일이 생겼다. 현장에서는 인근 발전소 문제라고 들었는데 갑자기 정전이 발생했다. 앞선 팀들에게는 없었던 일이고 하필 우리 팀 발표 직전이었다. 발표 순서가 늦어졌다.
빨리 발표를 끝내고 쉬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발표가 끝나면 바로 Q&A가 이어지기 때문에 긴장을 계속 유지해야 했다. 정확한 질문 내용은 지금 기억나지 않고 내가 직접 받은 질문도 아니어서 여기서 다시 만들어 적지는 않으려 한다. 다만 답변을 조금 더 잘할 수 있었겠다는 아쉬움은 남았다.
기대를 최대한 누르고 있었던 최우수상
결과 발표 전에는 3등 안에 들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가능성을 굳이 숫자로 말하면 50% 정도였다. 기대가 커지면 실망도 커질 것 같아서 마음속으로는 그 기대를 최대한 누르고 있었다.
97×99가 최우수상으로 호명됐을 때는 정말 기뻤다. 며칠 동안 밤을 새우며 발표를 준비했는데 수상까지 이어졌다. 같이 버텨준 팀원들에게도 고마웠다.
다시 만든다면 머신러닝 성능 비교를 더 보여줬을 것
결과 자체에 큰 아쉬움은 없다. 다시 준비한다면 바꾸고 싶은 부분은 발표자료다.
당시 나는 이 대회가 UX와 제품 기획의 완성도도 중요하게 보는 자리라고 판단했다. 그래서 위험 신호가 실제 상담 행동으로 이어지는 흐름에 많은 비중을 뒀다. 지금 돌아보면 머신러닝 모델의 성능을 비교해 보여주는 시각 장표를 조금 더 넣었어도 좋았겠다.
기술 내용을 많이 넣는 것보다 비교가 한눈에 보이게 만드는 편이 중요했다. 제품 흐름과 함께 모델의 강점을 보여주는 장표가 한두 장 더 있었다면 발표의 균형이 더 좋아졌을 것 같다.
공식 영상으로 다시 보는 현장
JB금융그룹은 행사 뒤 5분 분량의 공식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에는 본선 현장과 발표, 시상 장면이 담겨 있고 3분 54초 부근부터 97×99 팀의 최우수상 호명이 나온다.
MiRi는 19일 동안 만든 해커톤 프로젝트다. 내가 맡은 일은 은행이 안고 있는 문제를 찾는 데서 시작했다. 데이터를 어떤 신호로 읽을지 고민했고 고객과 직원이 쓸 화면의 흐름과 기준을 설계했다. 마지막에는 이 과정을 38쪽 발표자료의 이야기 구조로 묶었다.
이 프로젝트를 돌아보면 서비스 기획은 아이디어를 정리하는 일만은 아니었다. 문제를 찾고 실제 화면으로 만들고 다른 사람이 이해할 발표 흐름으로 정리하는 데까지 이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