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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에서 제품 개발로 넘어오며 배운 것들

김민기금융 데이터를 읽고 제품을 만듭니다

처음부터 개발자가 되려고 했던 것은 아니었다.

나는 디자인을 공부했고, 꽤 오랫동안 화면과 구조, 사용자가 느끼는 흐름을 중심으로 생각했다. 제품을 볼 때도 먼저 보이는 것은 색, 레이아웃, 정보의 위계, 버튼을 누르기 전후의 감각 같은 것들이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화면만으로는 답이 안 나오는 문제가 많아졌다. 좋은 화면을 그려도 실제로 움직이지 않으면 가정이 맞는지 알 수 없었다. 기획 문서를 써도 데이터가 쌓이지 않으면 다음 판단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그래서 조금씩 직접 만들기 시작했다.

디자인을 버린 것은 아니었다

개발을 배우기 시작하면서 디자인을 버렸다고 느끼지는 않았다. 오히려 반대에 가까웠다.

예전에는 디자인을 화면의 완성도에 가깝게 봤다. 지금은 디자인을 더 넓게 본다.

  • 사용자가 어떤 순서로 생각하는지
  • 어떤 정보를 먼저 보여줘야 하는지
  • 어떤 입력은 줄이고, 어떤 판단은 남겨야 하는지
  • 기능이 많아질수록 무엇을 감춰야 하는지
  • 데이터가 쌓인 뒤 다시 어떤 화면으로 돌아와야 하는지

이런 것들이 전부 디자인의 일부가 됐다.

코드를 직접 만지기 시작한 뒤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화면을 더 이상 마지막 산출물로 보지 않게 된 것이다. 화면은 데이터 구조, 권한, 상태, 예외 처리, 배포 방식이 모두 지나간 뒤에야 보이는 결과였다.

만들 수 있게 되면 질문이 달라진다

예전에는 아이디어를 생각하면 먼저 “이게 괜찮은 컨셉인가”를 물었다. 지금은 조금 다르게 묻게 된다.

  • 이걸 가장 작은 단위로 만들면 무엇인가
  • 사용자가 직접 입력해야 하는 것은 무엇인가
  • 자동으로 기록돼야 하는 것은 무엇인가
  • 나중에 검증할 수 있는 데이터가 남는가
  • 실패했을 때 무엇을 배울 수 있는가

이 질문은 StockPin을 만들면서 더 선명해졌다.

주식 투자 커뮤니티를 보면 의견은 많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도 그 의견이 맞았는지, 누가 반복해서 좋은 판단을 했는지는 잘 남지 않는다. 그래서 StockPin에서는 글을 예쁘게 쓰는 것보다, 의견이 남는 시점과 가격, 이후 결과가 연결되는 구조가 더 중요하다고 봤다.

이건 화면만 그릴 때는 잘 보이지 않던 문제였다. 직접 만들기 시작하니, 제품의 핵심이 인터페이스가 아니라 무엇을 기록하고 어떻게 다시 꺼낼 것인가에 있다는 걸 더 자주 느꼈다.

AI는 코드를 대신 써주는 도구만은 아니었다

개발을 시작할 때 AI 도구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AI를 단순히 코드 생성기로 쓰는 방식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도 알게 됐다.

AI가 코드를 써줄 수는 있다. 하지만 무엇을 만들지, 어디까지 만들지, 어떤 기능을 포기할지, 어떤 순서로 검증할지는 결국 사람이 정해야 했다.

그래서 내 역할은 조금 바뀌었다.

예전에는 직접 모든 결과물을 만드는 사람에 가까웠다면, 지금은 문제를 잘게 나누고, 필요한 기준을 세우고, 만들어진 결과가 원래 의도와 맞는지 계속 확인하는 쪽에 더 가깝다.

이 과정에서 디자인 전공은 꽤 도움이 됐다. 화면을 보는 눈 때문만은 아니다. 사용자가 어떤 정보를 부담스러워하는지, 어떤 설명은 너무 늦게 나오는지, 어떤 구조는 나중에 유지하기 어려운지 보는 감각이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제품은 생각보다 정직했다

직접 만들기 전에는 좋은 아이디어와 좋은 화면이 있으면 제품이 어느 정도 앞으로 간다고 생각했다. 실제로는 아니었다.

제품은 생각보다 정직했다.

데이터 구조가 애매하면 화면도 애매해졌다. 문제정의가 흐리면 기능이 늘어났다. 사용자가 어떤 행동을 해야 하는지 정하지 못하면, 버튼과 설명이 계속 추가됐다.

반대로 기준이 분명할 때는 만드는 속도도 빨라졌다. StockPin에서는 “투자 의견을 기록하고, 시간이 지나면 검증되게 한다”는 기준이 있었다. Finch에서는 “매매 후 판단을 다시 설명하게 만든다”는 기준이 있었다. MiRi에서는 “AI가 금융 판단을 직접 하는 것이 아니라, 설명과 개입 흐름을 돕게 한다”는 기준이 있었다.

프로젝트마다 형태는 달랐지만, 결국 같은 질문으로 돌아왔다.

사용자의 판단이 더 잘 남고, 나중에 다시 검토될 수 있는가.

앞으로 더 잘하고 싶은 것

아직 부족한 것이 많다. 코드를 더 안정적으로 다뤄야 하고, 금융 데이터도 더 깊게 이해해야 한다. 좋은 아이디어를 빠르게 만드는 것과, 오래 유지되는 구조로 만드는 것은 다른 일이라는 것도 배우고 있다.

그래도 디자인에서 제품 개발로 넘어오며 얻은 것은 분명하다.

이제 나는 결과 화면만 보지 않으려 한다. 그 화면 뒤에 어떤 데이터가 남는지, 어떤 판단이 기록되는지, 사용자가 다시 돌아왔을 때 무엇을 배울 수 있는지를 같이 보려고 한다.

나에게 제품 개발은 디자인의 반대편에 있는 일이 아니었다. 오히려 디자인을 더 끝까지 밀고 가는 방식에 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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